Jira 스프린트, 매일 갱신되는 현황판의 주인공들

Jira 스프린트, 매일 갱신되는 현황판의 주인공들

Jira 스프린트, 매일 갱신되는 현황판의 주인공들

아침 9시 10분

출근하자마자 Jira를 켠다. 스프린트 대시보드. 어제 저녁 6시 상태랑 다른 게 뭔지 체크한다.

민수 티켓 3개. 어제랑 똑같다. In Progress 상태 그대로. 2일째다.

지원이는 티켓 2개를 Done으로 옮겼다. 새벽 1시에. 야근했네.

현주는 Blocked 상태 하나. 개발팀 답변 기다린다는 코멘트. 어제 오후 3시부터.

커피 마신다. 첫 잔.

스프린트 번다운 차트를 본다. 이상적인 선 위에 있다. 겉보기엔. 실제론 3명이 몰아서 끝낸 거다.

팀원별 진행률

민수가 제일 걱정이다. 시니어인데 속도가 안 나온다. 작년부터 이렇다.

지난주 1on1 때 물었다. “요즘 힘든 거 있어?” 별일 없다고 했다. 티켓 난이도가 높아서 그렇다고.

난이도. 핑계일 수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다. 확인이 어렵다.

현주는 매번 Blocked다. 개발팀 답변 기다리거나. 기획 확인 필요하거나. 스스로 막힌 건지 의존성 때문인지. 구분이 안 간다.

지원이는 속도가 빠르다. 너무 빠르다. 걱정된다. 테스트 커버리지가 충분한지. 새벽까지 하는 것도 문제다. 번아웃 온다.

성훈이는 늘 80%. 티켓 5개 잡으면 4개 끝낸다. 1개는 다음 스프린트로. 나쁘지 않다. 근데 왜 항상 1개가 남지?

Jira는 정직하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근데 숫자 뒤 맥락은 안 보인다.

슬랙 DM 시작

민수한테 DM 보낸다.

“민수님, API 테스트 진행 상황 어때요? 막힌 부분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10분 뒤 답장.

“지금 환경 세팅 중입니다. 오늘 안에 진행 예정입니다.”

환경 세팅. 이틀째 하는 건가. 아니면 이제 시작하는 건가.

더 물어보고 싶다. 근데 자존심 상할 수 있다. 시니어니까.

현주한테도 DM.

“현주님, 개발팀 답변 안 왔으면 제가 푸시할게요. 어느 분한테 물어본 거예요?”

답장 바로 온다.

“재현님한테요. 어제 저녁에 한 번 더 멘션 드렸는데 아직이에요.”

재현. OOO 기능 담당 개발자. 바쁜 거 안다. 근데 QA 막아두면 스프린트 전체가 막힌다.

재현한테 DM 보낸다. 정중하게. 하지만 압박하듯.

“재현님, 현주님 질문 확인 가능하신가요? 스프린트 일정상 오늘까지 필요해서요.”

답장은 1시간 뒤에 온다.

오후 2시, 일일 스탠드업

데일리 스크럼. 15분 예정. 늘 30분 간다.

민수 차례.

“어제는 환경 세팅했고요, 오늘 테스트 시작합니다.”

이틀째 같은 말.

내가 끼어든다.

“민수님, 혹시 환경 세팅에서 특별히 막힌 부분 있었어요?”

“아뇨, 거의 끝났어요.”

거의. 이 단어가 제일 위험하다.

현주 차례.

“개발팀 답변 기다리고 있어요. 답변 오면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원이 차례.

“어제 티켓 2개 완료했어요. 오늘 3개 더 할 예정입니다.”

회의 끝나고 지원이한테 따로.

“지원님, 어제 새벽에 작업한 거 맞죠? 야근 안 하셔도 돼요.”

“괜찮아요. 집중이 잘 돼서요.”

집중. 그래. 근데 3개월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오후 4시, 현황판 다시 보기

Jira 새로고침. 민수 티켓은 여전히 In Progress다.

현주 티켓은 Blocked에서 In Progress로 옮겨졌다. 재현이 답변했나 보다.

지원이 티켓 하나가 Done으로. 2시간 만에.

성훈이 티켓 하나가 Code Review 상태로. 정상 진행.

번다운 차트는 여전히 괜찮아 보인다. 근데 속은 다르다.

민수가 2일째 제자리면. 내일부터 리스크다. 스프린트 5일 남았다. 티켓 3개. 하루 1개씩 해야 한다. 가능할까.

현주는 이제 풀렸으니 괜찮다. 근데 또 막힐 수 있다. 의존성이 많은 티켓이다.

지원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근데 어떻게 말하지. “좀 천천히 해요”? 이상하다.

팀장의 일. 진행률 보고 걱정하기. 개입할 타이밍 찾기. 팀원 자존심 안 건드리면서.

저녁 6시, 민수와 1on1

“민수님,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구글 밋 방 파서 보낸다.

민수 들어온다. 표정이 무겁다. 알고 있구나.

“환경 세팅 관련해서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부분 있을까요?”

“아뇨, 거의 끝났어요.”

또 거의.

“민수님, 솔직히 얘기해주세요. 티켓 난이도가 예상보다 높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잠시 침묵.

“사실… 이번 티켓은 제가 처음 다뤄보는 영역이에요. API 인증 부분이랑 토큰 관련해서. 좀 헤매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성훈님이나 지원님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요? 지원님이 지난 스프린트 때 비슷한 거 했었거든요.”

”…그러면 제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봐요.”

13년차 시니어의 고민. 5년차한테 물어보기 부끄러운.

“민수님, 모르는 거 물어보는 게 더 프로예요. 혼자 이틀 헤매는 것보다. 내일 지원님이랑 페어 테스팅 어때요? 제가 티켓에 코멘트 달아둘게요.”

”…네, 그럴게요.”

통화 끝.

Jira 티켓에 코멘트 단다.

“@지원 @민수 내일 오전 페어 테스팅 제안합니다. API 인증 테스트 노하우 공유 부탁드립니다.”

공식화시킨다. 민수 자존심도 지켜주고. 지원이한테는 시니어 도와준다는 명분.

저녁 8시, 스프린트 리포트 작성

퇴근 전 일일 리포트 쓴다. 팀장 의무.

“금일 진행 상황:

  • 완료: 3개
  • 진행 중: 8개
  • 블로킹: 0개 (해결 완료)
  • 리스크: 민수 티켓 지연, 내일 페어 테스팅으로 해결 예정”

리스크 항목 쓸 때마다 무겁다. 민수 이름 적는 게. 근데 안 쓸 수 없다. 경영진이 본다.

번다운 차트 캡처해서 첨부. 숫자는 괜찮다. 숫자만 보면.

CTO한테 슬랙으로 보낸다.

답장 바로 온다.

“수고하세요. 스프린트 완료율 목표 90% 유지 부탁드립니다.”

90%. 지난 3개 스프린트 평균이 87%다. 이번엔 민수 리스크까지. 90% 가능할까.

밤 11시, 침대에서

폰으로 Jira 앱 연다. 습관이다.

지원이 티켓 하나가 Done으로 옮겨졌다. 10시 30분에. 또 야근했다.

슬랙 DM 보낸다.

“지원님, 야근 감사하지만 무리하지 마세요. 스프린트는 마라톤이에요.”

기업용 멘트 같다. 근데 진심이다.

민수 티켓은 여전히 In Progress다. 오늘도 안 옮겼다.

내일 페어 테스팅. 잘 될까. 민수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 지원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스프린트 5일 남았다. 티켓 8개 남았다. 90% 완료하려면 7.2개 끝내야 한다.

숫자는 명확하다. 사람은 변수다.

현주는 내일 또 막힐 수 있다. 성훈이는 또 1개 남길 수 있다. 지원이는 번아웃 올 수 있다.

팀장의 일. 현황판 보면서 변수 관리하기. 숫자 뒤 사람 챙기기.

Jira 앱 끈다.

결국 사람

스프린트 대시보드. 티켓들. 진행률. 번다운 차트.

다 숫자다. 근데 숫자 뒤엔 사람이 있다.

막힌 사람. 너무 빠른 사람. 의존성에 갇힌 사람. 자존심 때문에 말 못하는 사람.

내 일은 숫자 맞추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숫자 채울 수 있게 돕기다.

언제 개입하고. 언제 기다리고. 언제 압박하고. 언제 풀어주고.

정답은 없다. 매일 다르다. 사람마다 다르다.

13년 했는데도 어렵다.

내일 아침 9시 10분. 또 Jira를 켤 것이다. 현황판을 볼 것이다.

그리고 또 고민할 것이다.


현황판은 정직하다. 사람은 복잡하다. 둘 다 내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