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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개발자인데, 왜 나의 일을 이해 못 할까

남편도 개발자인데, 왜 나의 일을 이해 못 할까

남편은 개발자인데 남편도 개발자다. 나도 IT 업계 13년차다. 같은 업계니까 서로 이해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오늘도 저녁 먹다가 말했다. "오늘 장애 터져서 새벽 2시까지 일했어." 남편이 물었다. "네가 뭘 잘못한 건데?" 그 순간 숟가락 놓을 뻔했다.개발자는 만든다, QA는 막는다 남편은 이렇게 생각한다. 개발자가 코드 짜면, QA가 테스트한다. 단순하다고 본다. 틀렸다. 내가 하는 일은 이거다.8명 팀원 일정 관리 개발팀이랑 기획팀 사이 조율 리스크 기반 테스트 전략 수립 장애 발생하면 원인 분석 재발 방지 프로세스 만들기 품질 메트릭스 리포팅 자동화 투자 예산 싸움 일정 압박 속 품질 기준 지키기남편은 모른다. 개발자는 기능 하나 완성하면 끝이다. QA는 끝이 없다는 걸. 배포 전까지 내 책임. 배포 후 장애도 내 책임. 품질 이슈는 결국 QA 팀장 책임이다. 남편한테 설명했다. "나는 만드는 게 아니라 지키는 거야." "뭘?" "서비스 품질." 이해 못 한다는 표정이었다.코드는 내꺼, 품질은 우리꺼 남편은 말한다. "내가 짠 코드는 내 책임이지." 자랑스럽게 말한다. 부럽다. QA는 다르다. 품질은 협업의 결과다. 개발이 잘못 짜도 내 책임. 기획이 스펙 바꿔도 내 책임. 일정이 촉박해서 못 잡아도 내 책임. 지난주 장애. 결제 로직 버그였다. 개발팀이 급하게 수정한 거. QA 리뷰 없이 배포했다. 장애 보고서. 'QA 미검증 항목 관리 부재' 경영진한테 설명했다. 1시간. 남편한테 말했다. "개발팀이 QA 건너뛰고 배포했어." "그럼 개발팀 잘못이지." "경영진은 QA 팀장 책임이래." 남편이 말했다. "그건 이상한데?" 나도 안다. 이상하다는 거. 13년 했어도 여전히 이상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QA는 방패막이다. 품질 이슈는 전부 여기서 막아야 한다.인정받지 못하는 일 남편은 개발자다. 기능 하나 출시하면 칭찬받는다. "이번 결제 시스템 좋던데." "추천 알고리즘 정확해졌어." 내가 잘하면? 조용하다. 장애 없이 배포되면 당연한 거다. 품질 좋으면 개발 잘한 거다. QA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프로젝트. 6개월짜리 대형 개편. 테스트 케이스 3000개. 자동화율 70%까지 올렸다. 배포 후 장애 제로. 개발팀 회식 때. CTO가 말했다. "개발팀 수고했어요." QA팀 언급 없었다. 남편한테 말했다. "우리 팀도 6개월 고생했는데." "그럼 너도 말하지 그래." "품질 좋은 게 당연한 거래." 남편은 이해 못 한다. 보이지 않는 일의 무게를. 개발은 만든다. 눈에 보인다. QA는 막는다. 안 보인다. 안 터진 장애가 몇 개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른 언어를 쓴다 남편이랑 일 얘기한다. 점점 대화가 안 통한다. 남편: "오늘 코드 리뷰 5시간 했어." 나: "나도 오늘 리뷰 많았어. 테스트 전략." 남편: "그거 뭐 오래 걸려?" 벽이 느껴진다. 남편이 말하는 것들. "클린 코드" "리팩토링" "아키텍처 설계"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도 말한다. "리스크 기반 테스트" "품질 메트릭스" "프로세스 개선" 남편 반응: "음..." 같은 IT 업계다. 같은 회사 건물도 아니지만. 비슷한 월급 받는다. 하지만 다른 세계다. 개발자는 만드는 사람이다. 성취감이 분명하다. "이 기능, 내가 만들었어." QA는? "이 장애, 내가 막았어." 증명할 수 없다. 지난달 회고. 팀원이 말했다. "팀장님, 우리 일 어떻게 어필해요?" "우리가 막은 장애가 몇 건인지 어떻게 세요?" 답이 없었다. 남편한테 물었다. "당신 일은 어떻게 어필해?" "만든 거 보여주지." "우리는?" "음... 장애 안 터진 거?" 그게 다였다. 품질 책임감의 무게 새벽 2시. 슬랙 알람. 결제 장애. 침대에서 일어났다. 남편은 잔다. 노트북 켰다. 에러 로그 확인. 개발팀 리드한테 전화. 1시간 원인 분석. 임시 조치. 재발 방지책 논의. 새벽 4시. 다시 잤다. 아침 7시. 남편이 말했다. "어젯밤에 전화 받더라." "응, 장애." "심각했어?" "결제가 30분 안 됐어." "고쳤어?" "응." 끝이었다. 남편은 모른다. 그 30분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매출 손실 계산했다. 보고서 작성했다. 경영진 설명 준비했다. 팀원들 일정 재조정했다. 자동화 시나리오 추가했다. 그 30분이 내 일주일을 바꿨다. 남편의 30분은 다르다. 코드 30분 짜면 끝이다. 머지하면 끝이다. 내 30분은 계속된다. 장애 보고서. 재발 방지. 프로세스 개선. 팀 회고. 끝이 없다. 저녁에 남편이 물었다. "오늘 뭐 했어?" "장애 후속 조치." "아직도?" "응." 이해 못 한다는 얼굴이었다. 혼자 버티는 느낌 팀장 된 지 3년. 혼자 버티는 느낌이다. 위로는 경영진 압박. "일정 줄여주세요." "품질은 지켜야죠." 모순이다. 아래로는 팀원 성장. "자동화 공부하고 싶어요." "일정이 촉박해서..." 미안하다. 옆으로는 개발팀 조율. "이거 꼭 테스트해야 해요?" "네, 리스크 높아요." "시간 없는데." 집에 오면 남편이 있다. 같은 업계. 이해해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어제 말했다. "요즘 너무 힘들어." 남편이 물었다. "왜?" "품질 책임이 무거워." "그럼 테스트 덜 하면 되지." 그 순간 알았다. 남편은 영원히 이해 못 한다는 걸. 테스트 덜 하면? 장애가 터진다. 유저가 불편하다. 매출이 떨어진다. 경영진이 부른다. QA 팀장이 책임진다. 이걸 설명했다. 남편이 말했다. "그럼 회사가 이상한 거지." 맞다. 회사가 이상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일한다. 8500만원 받는다. 팀원 8명 책임진다. 이상해도 버텨야 한다. 남편은 모른다. 개발자는 코드로 말한다. QA는 품질로 말한다. 코드는 눈에 보인다. 품질은 안 보인다. 그 차이를 혼자 안다. 그래도 계속한다 13년 했다. QA 생태계는 나아졌다. 자동화 투자 늘었다. QA의 중요성 인정받는다. 조금씩. 하지만 여전히 힘들다. 남편은 오늘도 물었다. "언제까지 할 거야?" "뭘?" "QA." 답했다. "모르겠어." 진짜 모른다. 관리자로 갈까. 전문가로 남을까. 13년차에 이런 고민. 이미 늦었을지도. 하지만 알아버렸다. 품질 지키는 일의 가치를. 장애 막았을 때의 안도감을. 팀원 성장하는 모습을. 남편이 이해 못 해도. 경영진이 인정 안 해도. 품질은 지켜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오늘도 출근한다. 팀원들 현황 파악한다. 테스트 전략 세운다. 리스크 계산한다. 혼자 버티는 느낌이어도. 계속한다. 남편은 오늘도 물을 것이다. "오늘 뭐 했어?" "일." "무슨 일?" 설명 안 할 것이다. 어차피 이해 못 한다. 그냥 내 일 한다. 묵묵히.같은 업계여도 다른 세계다. 이해받지 못해도 품질은 지켜야 한다. 그게 팀장의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