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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 13 Dec, 2025
팀원 평가 시즌, 성과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11월이 오면 11월이다. 평가 시즌이다. 다른 팀 리드들은 성과 자료 정리하느라 바쁘다. 나도 바쁘다. 우리 팀원 8명 성과 어필해야 한다. 개발팀은 쉽다. "신규 기능 20개 개발했습니다." 디자인팀도 괜찮다. "UI 개선으로 전환율 15%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QA는? "버그 500개 찾았습니다"? 그게 잘한 건지 못한 건지 경영진은 모른다.작년에 배웠다. "저희 팀 열심히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숫자가 없으면 설득이 안 된다. 근데 QA 성과를 숫자로 어떻게 만드냐고. 숫자 만들기는 전쟁이다 월요일 아침 9시. 팀원들 불렀다. "이번 주 안에 각자 성과 정리해. 정량 지표 위주로." 민수가 물었다. "버그 개수 쓰면 되나요?" "안 돼. 버그 많이 찾은 게 우리가 잘한 건지, 개발팀이 못한 건지 애매해." 지현이가 또 물었다. "그럼 뭘 쓰라는 거예요?" "장애 건수. 작년 대비 올해 줄어든 거. 그게 너희가 사전에 찾아낸 거야." 회의실 조용해졌다. 다들 그런 데이터 따로 모아둔 적 없다.수요일. 데이터 수집 시작했다. Jira에서 장애 건수 뽑았다. 작년 43건, 올해 28건. 35% 감소. 괜찮다. 근데 인사팀이 물어본다. "그게 QA 팀 덕분이라는 근거가 뭔가요?" 할 말이 없다. 그냥 "우리가 잘해서요"라고 하면 안 믿는다.결국 추가 자료 만들었다. "크리티컬 버그 사전 발견율 87%" - 배포 전에 우리가 찾은 거. "프로덕션 핫픽스 건수 작년 대비 52% 감소" - 이것도 우리 덕분. "고객 CS 불만 중 품질 관련 이슈 61% 감소" - CS팀한테 데이터 받았다. 이제 좀 보인다. 우리가 뭘 했는지. 성장은 숫자로 말한다 목요일 오후. 팀원별 성과 정리 시작. 수진이가 제일 어렵다. 시니어인데 올해 특별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그냥 묵묵히 테스트했다. 꼼꼼하게. 정확하게. 근데 이걸 어떻게 어필하냐. 1on1 했다. "수진아, 올해 뭐 한 거 같아?" "그냥... 일했죠." "구체적으로."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번 달에 결제 로직 버그 찾았어요. 심각한 거." "얼마나 심각한데?" "고객 카드 이중결제될 뻔했어요. 금액 계산해보니까 월 2000만원 손실 날 수도 있었고요." 바로 그거다. "월 2000만원 손실 방지" 이게 성과다. "꼼꼼한 테스트로 심각한 버그 발견" 이런 거 안 쓴다. "연 2억 4천만원 잠재 손실 방지" 이렇게 쓴다.주니어 혜진이는 다른 방식이다. 올해 입사 2년차. 성장이 중요하다. "자동화 테스트 작성 60건" - 구체적 산출물. "회귀 테스트 시간 20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 - 효율성. "신규 테스트 프레임워크 학습 완료, 팀 내 세미나 진행" - 성장과 기여. 이 정도면 괜찮다. 주니어는 성장 곡선 보여주면 된다.인사팀과의 전쟁 금요일 오후 3시. 인사팀 미팅. 우리 팀 8명 평가 결과 공유. S등급 1명 신청했다. 수진이. "연 2억 4천만원 손실 방지, 크리티컬 이슈 사전 발견율 92%" 인사팀 차장이 물었다. "다른 팀도 S등급 신청 많은데요. QA는 어차피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참았다. 화내면 안 된다. "QA가 하는 일 맞습니다. 근데 수진씨는 남들이 못 찾는 걸 찾아요. 결제 로직 버그는 개발팀 3명이 놓쳤고, 1차 QA에서도 안 나왔어요. 2차 심화 테스트에서 수진씨가 찾았습니다. 이게 시니어 역량입니다." "근데 2억이라는 숫자가 추정 아닌가요?" "맞습니다. 추정입니다. 근데 개발팀이 '신규 기능으로 매출 10% 증가 예상'이라고 쓸 때는 안 물어보시잖아요?" 차장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 검토한다는 건 50% 확률이다.A등급은 4명 신청했다. 자동화 기여한 혜진, 성능 테스트 전문성 키운 민수, 보안 테스트 강화한 지현, API 테스트 체계 만든 동욱. "A등급 4명은 많지 않나요? 다른 팀은 보통 2명인데." "우리 팀이 8명이고 다른 팀은 15명입니다. 비율로 치면 비슷합니다." 이것도 준비했다. 팀별 A등급 비율 표. 우리가 특별히 많지 않다. 인사팀이 고개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회의 끝났다. 복도 나오면서 한숨 쉬었다. 팀원들에게 말 못 하는 것 월요일 아침. 팀원들이 물었다. "팀장님, 평가 어떻게 됐어요?" "아직 최종 결과 안 나왔어." 거짓말은 아니다. 인사위원회 승인 남았다. 근데 내가 신청한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수진이가 S 못 받으면 내 책임이다. 내가 어필을 못한 거다. 수진이 잘못이 아니다. A등급 4명 중에 누가 빠지면? 그것도 내 책임이다. "팀장님이 날 못 지켜줬구나" 이렇게 생각한다.작년에 경험했다. 내가 A로 신청한 팀원이 B로 강등됐다. 이유는 "타 팀과 형평성". 팀원한테 말해줬다. "미안해. 내가 더 잘 어필할 걸." 그 팀원이 말했다. "괜찮아요. 팀장님 잘못 아니에요." 근데 3개월 뒤에 이직했다. 그게 관리자 책임이다. 성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보이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싸움은 계속된다 수요일 오후. 인사팀에서 메일 왔다. "S등급 1명, A등급 3명 확정. A등급 1명은 B로 조정." 예상했다. 동욱이가 B가 됐다. 동욱이 잘못이 아니다. API 테스트 체계 진짜 잘 만들었다. 근데 다른 팀 시니어들이 더 강력한 성과를 냈다고 한다. 동욱이 불렀다. "동욱아, 평가 결과 나왔어." "B죠?" "어떻게 알았어?" "느낌이요. 괜찮아요." 괜찮을 리 없다. 동욱이 표정 봤다. "미안해. 내가 더 잘 싸울걸." "아니에요. 팀장님 덕분에 B라도 받았어요." "내년엔 꼭 A 받자. 지금부터 준비하자." 동욱이가 고개 끄덕였다. 근데 눈빛은 실망이었다.저녁에 혼자 생각했다. QA 성과 어필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개발은 "만들었다"로 끝난다. QA는 "안 터졌다"를 증명해야 한다. 안 일어난 일을 어떻게 증명하냐고. 그래서 매번 이렇게 싸운다. "우리가 없었으면 이런 일이 났을 겁니다" 가정법으로. "우리가 있어서 이 정도로 줄었습니다" 비교법으로. 피곤하다. 근데 안 싸우면 팀원들이 손해본다. 내년 준비는 지금부터 목요일 아침. 팀 회의 소집했다. "올해 평가 끝났다. 내년 준비 시작한다." 팀원들 당황했다. "벌써요?" "응. 벌써." 화이트보드에 썼다. "성과 어필을 위한 3가지 원칙"정량화 - 모든 업무에 숫자 붙이기 영향도 - 비즈니스 임팩트 연결하기 기록 - 매월 성과 로그 남기기"앞으로 매월 말에 각자 성과 정리한다. 간단하게." "그걸 1년 모으면 평가 자료 된다." "내년 11월에 허겁지겁 만들지 말자."구체적으로 정했다.장애 건수: 매월 집계, 전월 대비 비교 크리티컬 버그 발견: 비즈니스 영향도 금액으로 환산 테스트 효율: 공수 단축, 자동화 커버리지 협업 기여: 타팀 도움 준 것도 기록 개인 성장: 학습, 세미나, 멘토링 모두 기록혜진이가 물었다. "이거 매달 하면 귀찮은데요." "귀찮아. 근데 11월에 더 귀찮아." "그리고 이거 안 하면 너희 성과가 안 보여. 손해는 너희가 본다." 팀원들 고개 끄덕였다. 다들 올해 고생한 거 안다. 관리자로 산다는 것 금요일 저녁 7시. 퇴근 준비하는데 수진이가 왔다. "팀장님, 커피 한 잔 해요." 카페 갔다. "S등급 감사해요." "네가 잘했어." "아니에요. 팀장님이 잘 써주셨어요. 저는 그냥 일했을 뿐인데." 뭐라고 말해야 할까. "수진아, 너 정말 잘해. 근데 회사는 그걸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말해줘야 알아." "저도 이제 시니어인데, 이런 거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제 성과 스스로 어필하는 것." "맞아. 그것도 역량이야." 수진이가 웃었다. "내년엔 제가 직접 해볼게요." "좋아. 근데 내가 검토는 해줄게."집에 왔다. 남편이 물었다. "평가 끝났어?" "응. 끝났어." "어땠어?" "싸웠어. 이겼어. 좀." 남편이 웃었다. "수고했어." 딸이 안방에서 나왔다. "엄마, 나도 오늘 시험 봤어. 100점!" "진짜? 잘했다!" "선생님이 칭찬해줬어." 부럽다. 초등학생은 100점 받으면 바로 칭찬받는다. QA는 100점 받아도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이런다. 근데 뭐 어쩌겠나. 이게 내 일이다. 13년차의 깨달음 밤 11시. 혼자 앉아서 생각했다. 13년 전 주니어 QA 시절엔 몰랐다. 테스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버그만 열심히 찾으면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버그 찾는 건 기본이다. 그 버그가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게 진짜 일이다.팀장 되고 나서 더 배웠다. 내 성과 어필하는 것도 어렵다. 근데 팀원 성과 어필하는 건 더 어렵다. 왜냐면 내 일은 내가 다 알지만, 팀원 일은 내가 다 모른다. 그래서 물어봐야 하고, 파악해야 하고, 정리해야 한다. 안 하면? 팀원들이 묻힌다. 열심히 일했는데 평가 못 받는다. 그러면 떠난다.작년에 떠난 팀원 생각났다. 진짜 잘하는 애였다. 근데 내가 성과 어필 못 해줬다. B 받고 실망했다. 3개월 뒤 이직했다. 그게 제일 후회된다. 내가 조금만 더 싸웠으면. 숫자를 더 구체적으로 만들었으면. 인사팀을 더 설득했으면. 관리자는 팀원 지켜주는 사람이다. 성과로 지켜주는 거다. 내년을 위한 준비 주말에 노트 꺼냈다. 내년 계획 썼다. 월별 성과 리뷰 체크리스트장애 건수 및 심각도 크리티컬 버그 발견 및 영향도 테스트 효율 지표 팀원별 주요 기여 타팀 협업 사례분기별 팀원 1on1 필수 질문이번 분기 제일 뿌듯했던 일? 그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 줬어? 성장한 부분은? 다음 분기 목표는?10월에 할 일 (평가 한 달 전)팀원별 성과 초안 작성 정량 지표 최종 검증 타팀 리드들과 크로스체크 인사팀 사전 커뮤니케이션이번엔 준비됐다. 내년 11월엔 허겁지겁 안 한다. 팀원들 성과 제대로 보여준다.남편이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응. 해야 해." "왜?" 생각했다.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해. 개발팀은 개발팀 리드가 챙기고, 디자인팀은 디자인 리드가 챙겨. QA는? 나 밖에 없어." "그래도 팀원들이 알아서 하면 안 돼?" "주니어들은 방법 모르고, 시니어들은 어필 안 익숙해. 결국 내가 해줘야 해." "힘들겠다." "힘들어. 근데 이게 내 일이야." 팀장의 성과는 팀원의 성과다 일요일 저녁. 슬랙에 메시지 왔다. 동욱이었다. "팀장님, 내년엔 꼭 A 받고 싶어요. 뭘 준비하면 될까요?" 답장 썼다. "일단 지금 하는 일 계속 잘해. API 테스트 체계 더 고도화하고. 그리고 매달 성과 정리해서 나한테 공유해. 내가 검토해줄게. 같이 준비하자." "감사합니다!" 채팅창 닫았다. 동욱이 내년엔 A 받는다. 내가 만든다.수진이도 메시지 보냈다. "팀장님, 저 내년에 후배들 멘토링 하고 싶어요. 그것도 성과가 될까요?" "당연하지. 팀 전체 역량 올리는 거잖아. 멘토링 계획 세우고, 과정 기록하고, 결과 측정하면 좋은 성과야." "알겠습니다! 계획 세워볼게요." 좋다.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하는 거다.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만드는 법 결국 이거다. QA는 보이지 않는다. 버그 안 터지는 게 우리 성과인데, 안 터진 걸 어떻게 보여주냐. 그래서 만든다. 숫자로 만들고, 이야기로 만들고, 데이터로 만든다. "저희가 올해 장애 35% 줄였습니다" - 숫자 "결제 이중과금 버그 발견해서 연 2억 손실 방지했습니다" - 이야기 "크리티컬 버그 사전 발견율 87%, 업계 평균 65% 대비 높습니다" - 데이터 이 세 가지 있으면 설득된다. 없으면 안 된다.그리고 중요한 거. 팀원들이 스스로 어필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매번 다 해줄 순 없다. 시니어들은 성과 정리 방법 가르친다. 주니어들은 성장 스토리 만들게 돕는다. 중간급들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피드백 준다. 3년 뒤엔 내가 안 챙겨도 팀원들이 알아서 한다. 그게 목표다. 또 다른 시즌이 온다 11월 끝나간다. 평가 시즌 끝났다. 수진이 S, 세 명 A, 네 명 B. 작년보단 나았다. 근데 끝이 아니다. 12월 되면 내년 목표 세운다. 1월 되면 새 프로젝트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11월 온다. 매년 반복이다. 팀원 성과 만들고, 정리하고, 싸우고. 이게 팀장 일이다.피곤하냐고? 피곤하다. 그만두고 싶냐고? 가끔. 근데 왜 하냐고? 누가 해야 하니까. 내가 안 하면 우리 팀원들 손해보니까. 그리고 솔직히. 팀원들 좋은 평가 받을 때. "팀장님 덕분이에요" 이 말 들을 때. 조금 뿌듯하다. 이것 때문에 한다. 내년에도 할 거다.QA 성과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보이게 만드는 거다. 싸워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