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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케이스 작성 vs. 팀 운영, 무엇이 내 일인가

테스트 케이스 작성 vs. 팀 운영, 무엇이 내 일인가

아침 9시, 두 개의 창 출근했다. 모니터 두 개를 켠다. 왼쪽 화면은 Jira. 팀원 8명의 티켓이 쫙 깔려 있다. 빨간색 우선순위가 벌써 다섯 개. 누가 어디 막혔는지 파악해야 한다. 리소스 재배분해야 한다. 오늘 1on1 두 건 있다. 오른쪽 화면은 TestRail. 내가 직접 짜던 테스트 케이스. 3주 전에 손댄 게 마지막이다. 결제 시스템 리뉴얼 프로젝트. 리스크 높은 영역인데 내가 직접 봐야 편하다. 아니, 봤어야 했다.커피 마신다. 팀장실 문 열어둔다. 누가 들어올 거다. 항상 그렇다. 10분도 안 돼서 막내가 온다. "팀장님, 이 케이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알고 있다. 3분이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물고기 잡아주기가 아니라 낚시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15분 쓴다. TestRail 창은 그대로다. 경력 13년, 코드 친 지 7년 QA 13년 했다. 처음 5년은 손으로 다 클릭했다. 엑셀에 테스트 케이스 정리했다. 버그 찾는 게 재미있었다. 6년차에 자동화 시작했다. Selenium 배웠다. Python 독학했다. 밤새워 프레임워크 짰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자동화 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8년차에 시니어 됐다. 테스트 전략 짜는 사람. 리스크 기반 테스트 설계하는 사람. 품질 메트릭스 정의하는 사람.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10년차에 팀장 제안 받았다. "당신이 적임자입니다." 거절 못 했다. 아니, 안 했다. 연봉도 올랐다. 8500만원. 관리자 수당 포함. 그때부터 코드를 안 쳤다. 정확히는 못 쳤다.팀원 한 명이 퇴사했다. 충원 요청서 썼다. HR이랑 실랑이했다. 면접 봤다. 온보딩 계획 세웠다. 한 달 걸렸다. 개발팀이 일정 당긴다고 했다. 경영진이 품질 리포트 달라고 했다. QA 자동화 투자 제안서 썼다. 예산 안 나왔다. 다시 썼다. 어느 날 후배가 물었다. "팀장님, 요즘 테스트는 안 하세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 안 난다. 전문가 트랙이라는 환상 회사에 전문가 트랙이 있다. Principal QA Engineer. 관리 안 하고 전문성으로 가는 길. 연봉도 팀장급 받는다. 이론상으로는. 실제로 그 직급 달고 있는 사람 봤다. 한 명. 그 사람은 자동화 프레임워크 3개 회사에 구축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한다. 회사 밖에서도 유명하다. 나는? 3년 동안 자동화 코드 한 줄 안 짰다. 깃헙 프로필 들어가 봤다. 초록색 잔디가 없다. 2021년에 멈춰 있다. 그해에 팀장 됐다. 테스트 자동화 트렌드 찾아봤다. Playwright가 뭔지 모른다. Cypress는 들어봤는데 써본 적 없다. AI 테스팅 툴들이 나오는데 하나도 모른다.옆 회사 QA 리드 만났다. 나이 비슷하다. 그 사람은 여전히 코드 짠다. "팀은 3명만 보고, 나는 아키텍처 설계에 집중해요." 부럽다고 했다. "당신은 관리 잘하잖아요. 저는 못해요." 위로인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말했다. 개발자인 남편은 말했다. "그럼 다시 하면 되지." 쉽게 말한다. 13년 차가 주니어처럼 다시 시작한다고? 팀원의 성장, 나의 정체 1on1 했다. 3년 차 팀원이다. 자동화 열심히 한다. 최근에 CI/CD 파이프라인에 테스트 붙이는 거 혼자 했다. "팀장님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고맙다고 했다. 근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뭘 가르쳤지? 방향 제시했다. 리소스 확보해줬다. 막히는 거 뚫어줬다. 그게 다다. 기술은 본인이 배웠다. 다른 팀원은 컨퍼런스 발표 준비 중이다. 테스트 전략 수립 사례 공유한다고. 발표 자료 검토해줬다. 좋다고 했다. 진심이다. 근데 그 자료 내가 발표하면 안 되나? 아니, 전략 세운 건 나인데. 이런 생각 하는 내가 싫다. 팀원들은 자란다. 나는? 회의만 한다. 일정 조율한다. 리포트 쓴다. 경영진 설득한다. 이게 성장인가? 작년 연말 평가 때 적었다. "팀 품질 지표 30% 개선, 자동화 커버리지 60%로 상승, 팀원 2명 시니어 승진." 내 개인 성과는? "팀 관리 우수." 그게 다다. 금요일 저녁 장애 금요일 7시. 퇴근하려는데 슬랙 울린다. 배포 후 장애. 결제 실패율 급증. 팀원들 불러 모았다. 로그 분석한다. 원인 찾는다. 개발팀이랑 협업한다. 9시에 해결됐다. 포스트모템 회의 잡았다. 월요일 오전. 내가 진행한다. 일요일 밤에 자료 정리했다. 타임라인, 원인 분석, 재발 방지책. 꼼꼼하게 적었다. 13년 경력은 여기서 나온다. 회의 시작했다. 개발 리드가 말했다. "QA 테스트에서 왜 못 잡았어요?" 예상한 질문이다. "결제 서버 부하 테스트는 스테이징에서 프로덕션 수준으로 재현이 어렵습니다. 다만 리스크는 사전에 공유했고, 모니터링 강화 요청드렸었습니다." 증거 자료 보여줬다. 2주 전 회의록. 내가 작성한 리스크 리스트. 개발 리드는 더 안 물었다. 이게 내 일이다. 팀 지키기. 책임 떠넘기기 아니라, 품질 책임 구조 명확히 하기. 근데 이런 회의 준비하는 동안, 누가 테스트 케이스 개선하지? 팀원들이다. 선배의 조언 QA 커뮤니티 모임 갔다. 나보다 5년 선배가 있다. Principal QA로 전환했다고 한다. 물어봤다. "어떻게 하셨어요?" "팀장 3년 하다가 내려놨어요. 전문가 트랙 신청했고요. 연봉 협상 빡세게 했어요. 깎이긴 했는데, 감수했죠." "후회는요?" "없어요. 저는 사람 관리가 안 맞더라고요. 코드 짜는 게 좋아요." 부러웠다. 근데 나는 사람 관리가 싫은가? 아니다. 어렵지만 보람 있다. "그럼 관리가 맞는 거 아니에요?" 선배가 말했다. "근데 기술은요?" "관리자도 기술 아는 게 중요하죠. 근데 직접 안 해도 돼요. 방향 알고, 판단할 수 있으면 돼요. 그게 리더십이에요." 위로처럼 들렸다. 근데 납득은 안 됐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나는 뭘 원하는 거지? 이미 늦었나 38살이다. QA 13년 차다. 팀장 3년 차다. 지금 다시 전문가 트랙 가려면? 자동화 프레임워크 새로 배워야 한다. AI 테스팅 공부해야 한다. 컨퍼런스 발표해야 한다. 오픈소스 기여해야 한다. 가능한가? 시간 있나? 체력 있나? 회사 끝나고 저녁 7시. 딸 숙제 봐줘야 한다. 남편이랑 저녁 먹어야 한다. 주말에 공부한다고? 매주? 20대 후배들 본다. 밤새워 공부한다. 사이드 프로젝트 한다. 나도 그랬다. 10년 전에. 지금은 장애 전화 오면 심장 먼저 뛴다. 체력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이게 늙는 거다. 아니, 경력이 쌓이는 거다. 관점의 차이다. 근데 왜 불안하지? LinkedIn 본다. 같은 연차 QA들. 절반은 리드 매니저다. 절반은 Principal이다. 나는? QA Lead. 어정쩡하다. 이력서 업데이트했다. "13년 경력의 QA 전문가. 팀 리딩 및 품질 전략 수립." 전문가 맞나? 3년 동안 손으로 테스트 한 번 안 했는데? 월요일 아침, 같은 창 출근했다. 모니터 켰다. 왼쪽 화면 Jira. 오늘도 빨간 우선순위. 오늘도 팀원 이슈. 오늘도 리소스 배분. 오른쪽 화면 TestRail. 여전히 3주 전 화면. 커피 마신다. 슬랙 메시지 온다. 개발 리드다. "이번 스프린트 일정 논의 좀 해요." 회의 잡는다. 오전 10시. 그 전에 30분 있다. TestRail 열었다. 결제 시스템 테스트 케이스. 손 좀 봐야 한다. 5분 지났다. 팀원이 들어온다. "팀장님, 이거 좀 봐주세요." TestRail 창 내린다. 이게 내 선택이다. 매일 하는. 의식하지 않고 하는 선택. 어쩌면 이미 선택한 거다. 3년 전에. 질문의 끝 "테스트 케이스 작성이 내 일인가, 팀 운영이 내 일인가?" 잘못된 질문이었다. 둘 다 내 일이 될 수는 없다.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그럼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거다. "나는 어떤 임팩트를 만들고 싶은가?" 내가 직접 테스트 케이스 100개 짜면, 100개의 버그를 잡는다. 내가 팀원 8명 잘 키우면, 그들이 1000개의 버그를 잡는다. 내가 자동화 프레임워크 하나 만들면, 우리 팀만 쓴다. 내가 테스트 문화를 바꾸면, 회사 전체가 바뀐다. 이렇게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관리가 맞다. 근데 왜 계속 불안한가? 인정받고 싶어서다. "전문가"로. "관리 잘한다"는 말은 기술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편견이다. 내 편견. 사실 알고 있다. 좋은 관리자는 더 어렵다. 기술은 공부하면 된다. 사람은 공식이 없다. 내일도 두 개의 창 내일도 모니터 켤 거다. 왼쪽 Jira, 오른쪽 TestRail. TestRail은 계속 3주 전 화면일 거다. 한 달 전이 될 거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창을 닫을 거다. 아니면 팀원 한 명에게 넘길 거다. "이거 네가 봐줘.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아." 그게 성장이다. 내가 아니라 팀의. 그리고 나는? 새로운 창을 열 거다. 품질 문화. 테스트 전략. 조직 성숙도. 손으로 안 만지는 것들. 하지만 더 큰 것들. 13년 차의 일. 팀장의 일. 선택이 아니라 진화다.여전히 불안하긴 하다. 근데 오늘은 TestRail 안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