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커뮤니티 멘토로서 같은 고민을 듣는 날
- 09 Dec, 2025
목요일 저녁 7시
판교역 카페에 앉았다. QA 커뮤니티 정기 모임. 3개월에 한 번 모인다.
오늘 참석자 5명. 나 포함. 다들 팀장급. 회사는 제각각이다.
네이버 계열사, 카카오 자회사, SI 업체, 스타트업, 대기업 SI 부서.
다들 퇴근하고 왔다. 나도 7시에 나왔다. 남편한테 미리 말해뒀다.
주문한 아메리카노 받았다. 네 번째 커피다. 오늘.

자기소개부터
신규 멤버가 한 명 있다. 30대 중반. 스타트업 QA 리드.
“저희는 개발자 12명에 QA는 저 혼자예요.”
익숙한 시작이다.
“배포 주기가 2주인데 테스트는 3일 주고요.”
역시.
“자동화 하고 싶은데 개발자들이 API 문서를 안 써서…”
웃음이 나왔다. 다들 웃는다.
나도 13년 전에 똑같은 말 했다. 지금도 한다.
카카오 자회사 팀장이 말했다. “우리도 똑같아요. 근데 우리는 개발자 30명.”
네이버 계열사는 개발자 50명에 QA 4명이란다.
나는? 개발자 80명에 QA 8명. 비율은 비슷하다.

고민 1: 일정 vs 품질
SI 업체 팀장이 먼저 꺼냈다.
“이번 프로젝트 PM이 테스트 기간 반 자르래요.”
“원래 4주였는데 2주로.”
“근데 기능은 똑같고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지난달에 똑같은 일 겪었다. 개발 지연을 QA 기간에서 메꾸라고.
“PM한테 뭐라고 했어요?” 스타트업 리드가 물었다.
“리스크 문서 작성해서 올렸죠. 놓칠 수 있는 버그 유형이랑 영향도.”
“그래서요?”
“읽기는 했대요. 근데 일정이 우선이래요.”
침묵.
카카오 팀장이 말했다. “우리도 똑같았어요. 작년에.”
“리스크 문서 올리고, 서명받고, 그래도 밀어붙이더라고요.”
“결국 장애 터졌고.”
“그때 누가 욕먹었냐면…”
말 안 해도 안다. QA다.
나도 5년 전에 겪었다. 리스크 알렸는데 무시당하고, 결국 장애 나고, 포스트모템에서 ‘QA 미흡’이라고 적혔다.
그때 밤새 울었다.
고민 2: 자동화 투자
네이버 계열사 팀장이 얘기했다.
“자동화 투자 제안서 올렸어요. 3년째.”
“올해도 반려됐고요.”
“이유가 ROI가 안 나온대요.”
스타트업 리드가 맞장구쳤다. “ROI 어떻게 증명해요? 안 터진 장애를 어떻게 숫자로?”
정확하다.
나도 작년에 자동화 툴 도입 제안했다. 3개월 작성했다.
시뮬레이션 돌렸다. 인건비 절감, 배포 리드타임 단축, 회귀 테스트 자동화율.
다 숫자로 만들었다.
결과? 보류.
“내년에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내년 되면 또 내후년.
SI 업체 팀장이 한숨 쉬었다. “우리는 아예 제안도 못 올려요.”
“프로젝트 끝나면 팀 해체되는데 뭘 투자해요.”
“매번 새 프로젝트마다 맨땅에서 시작이에요.”
카카오 팀장이 고개 저었다. “그나마 우리는 좀 나은가…”
“작년에 셀레늄 그리드 구축했거든요.”
“근데 유지보수할 사람이 없어요. 개발자들은 관심 없고.”
결국 똑같다.

고민 3: 팀원 성장
내가 물었다. “팀원들 성장시키는 거 어떻게 해요?”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스타트업 리드가 먼저 말했다. “저는 혼자라서…”
“성장도 뭐도 일 돌리기도 바빠요.”
네이버 계열사는 다르다. “우리는 4명인데요.”
“한 명은 주니어, 나머지는 3년차들.”
“주니어 교육하면서 내 일 하려니까…”
“결국 내가 다 하게 되더라고요.”
안다. 나도 그렇다.
팀원 8명 중에 2명은 신입. 1년차랑 2년차.
1on1 하고, 코드 리뷰해주고, 테스트 전략 같이 세우고.
시간 빠진다. 내 일은 밤에 한다.
SI 업체 팀장이 말했다. “근데 키워놔봤자 이직해요.”
“작년에 3년 키운 애 네이버 갔어요.”
“축하는 해줬는데… 속으론 허무하더라고요.”
카카오 팀장도 고개 끄덕였다. “우리도 작년에 두 명 나갔어요.”
“한 명은 쿠팡, 한 명은 토스.”
“연봉 2천 올려준대요.”
침묵이 길었다.
나도 작년에 팀원 하나 보냈다. 당근으로. 연봉 1500 올려줬다고.
기뻤다. 진심으로. 근데 동시에 허무했다.
3년 키웠는데.
고민 4: 커리어 고민
카카오 팀장이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 이직 고민 중이에요.”
“팀장 5년 했는데 더 갈 곳이 없어요.”
“본부장? QA 본부장은 없잖아요.”
맞다. 없다.
“그렇다고 다시 실무로 돌아가기엔…”
“관리만 5년 했더니 손 놓친 게 너무 많아요.”
스타트업 리드가 물었다. “CPO 같은 쪽은요?”
“QA에서 CPO 간 사람 못 봤어요. 주변에.”
“다들 PM 출신이거나 개발 출신.”
네이버 계열사 팀장이 말했다. “저는 테스트 자동화 전문가로 가볼까 해요.”
“근데 그것도… 시장이 작잖아요.”
“결국 또 팀장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13년 했다. 8년은 실무, 5년은 팀장.
다음은 뭐지?
모르겠다.
SI 업체 팀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QA는 경력 쌓을수록 애매해져요.”
“시니어 개발자는 있는데 시니어 QA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다들 웃었다. 쓴웃음.
고민 5: 인정받기
네이버 계열사 팀장이 말했다. “이번에 부서 평가에서 우리 팀 B 받았어요.”
“장애 한 건도 없었는데.”
“개발팀은 A 받았고요.”
“기능 많이 만들었대요.”
익숙하다.
스타트업 리드가 격하게 공감했다. “맞아요. 안 터지는 게 당연한 거래요.”
“근데 한 번 터지면 QA 뭐했냐고.”
SI 업체 팀장이 말했다. “프로젝트 회고할 때요.”
“개발자들은 ‘이런 기술 썼다’ 자랑하잖아요.”
“우리는 뭐라고 해요? ‘버그 몇 개 찾았다?’”
“허무해요.”
카카오 팀장이 한숨 쉬었다. “경영진 보고할 때도 그래요.”
“품질 지표 올려도 반응이 없어요.”
“배포 성공률 99%라고 해도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근데 개발팀이 신기술 도입했다 그러면 박수 쳐요.”
나도 안다.
지난달 경영진 보고. 2분기 품질 지표 발표했다.
장애 건수 전년 대비 40% 감소. 회귀 버그 제로.
반응? “수고했습니다.”
그 다음 발표는 개발팀. AI 모델 도입.
반응? 30분 토론. “혁신적이다.”
그날 밤에 남편한테 투덜댔다. “QA는 혁신이 없대.”
남편이 말했다. “장애 안 나는 게 혁신 아니야?”
고마웠다. 근데 회사는 그렇게 안 본다.
해결책은 없다
스타트업 리드가 물었다. “선배님들은… 어떻게 버티세요?”
침묵.
SI 팀장이 먼저 답했다. “그냥… 버텨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카카오 팀장이 말했다. “저는 팀원들 생각하면서.”
“얘네라도 잘 키워야지.”
네이버 계열사 팀장은 솔직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출근해요. 매일.”
나는?
“저도 모르겠어요. 13년 했는데도.”
“근데 이상하게 계속하게 돼요.”
다들 웃었다.
스타트업 리드가 말했다. “오늘 와서 좋았어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서.”
네이버 계열사 팀장이 고개 끄덕였다. “저도요.”
“혼자 고민하면 내가 못난 건가 싶은데.”
“다들 비슷하니까 좀…”
카카오 팀장이 웃었다. “위로는 안 되는데 위안은 돼요.”
맞다. 정확한 표현이다.
해결책은 없다. 오늘도 없었다.
근데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그게 뭔가는 했다.
9시 반
모임 끝났다. 다들 일어났다.
“다음 달에 또 봐요.”
“네, 수고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판교역으로 걸어갔다. 지하철 탔다.
핸드폰 봤다. 슬랙 알림 3개.
개발팀에서 내일 핫픽스 배포한대.
“QA 가능한가요?”
시간 봤다. 9시 43분.
답장 쳤다. “네, 내일 오전에 확인하겠습니다.”
지하철 창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피곤해 보인다.
38살. 13년차.
여전히 답은 모르겠다.
근데 내일도 출근한다.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다들 답 없이 내일 출근한다.
그게 QA 리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그게 전부였다. 오늘도.
